1차(2010)   |   2차(2011)
1차(2010)


  I. 1패널 : 사회와 언어
김용화는「러시아 알타이지역의 소수민족어 문제: 현재와 미래」라는 글을 통해 알타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어와 관련하여, 그 현황과 향후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논문을 통해 필자는 러시아의 알타이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어의 생명도를 유네스코의 등급과 바흐찐의 등급을 대조하여 설정하면서, 절멸동기를 자연적ㆍ사회문화적 동인으로 분류하여 제시하였다. 절멸위기에 놓인 소수민족어가 나아갈 방향으로 저자는 이중언어사회라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소수민족어와 러시아어의 기능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유진숙은 「러시아의 민주주의 공고화: 선거민주주의인가? 선거권위주의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현재 러시아 정치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필자는 정치체제를 선거의 작동메커니즘에 따라 선거권위주의와 선거민주주의로 분류하면서, 러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공고화되고 있는가에 대하여 선거작동메커니즘의 분석을 통해 그 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 대답은 기존 집권체제의 대중매체 독점과 불공정한 이용, 공적자금의 남용, 정치자금의 불공정한 남용, 불공정한 선거관리 등을 고려해 볼 때 러시아에서는 선거의 민주주의적 특징이 상당히 훼손되고 오히려 선거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이 엘리트는 물론이고 국민 다수의 암묵적 동의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 러시아에서 제도적 변화나 엘리트 교체 등에 의해 짧은 시간 내에 민주주의가 공고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정경택은 「러시아 연방과 자치 공화국에서의 러시아어의 위상」에서 소련해체 이후 러시아연방에서 러시아어의 공식언어로의 위상확립과 관련된 법안들의 변화와 현황, 그리고 타타르스탄 공화국에서 러시아어와 토착어인 타타르어의 위상을 규정하는 법안들 및 타타르스탄 공화국에서의 실제 언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러시아연방 내의 자치공화국들은 자신들의 국어를 가질 법적 권리가 있지만 연방정부의 러시아어 우선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어가 보다 상위에 위치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자치공화국의 민족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민족적 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는 타타르스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II. 2패널: 역사ㆍ언어ㆍ예술
박영은은 「디지털 게임 서사 모드로 구축된 현대 러시아의 정체성 모색 -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의 워치시리즈를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현대 러시아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게임서사모드를 밝혀내고, 이것이 현대 러시아의 정체성 구현을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배경과 캐릭터 설정 그리고 공간분할과 구성에서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의 워치시리즈는 게임서사양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대 러시아의 정체성을 살펴보고 있다. 즉, 이 영화의 골격을 이루는 빛과 어둠이라는 대립구도는 냉전시기 소련의 KGB와 미국의 CIA 사이의 대립, 소비에트 붕괴 이후 러시아 사회가 겪고 있는 소비에트적 가치관과 서구적 가치관 사이의 갈등, 유라시아주의와 서구주의 사이의 고민 등을 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양승조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흑토지대에서 재난과 농민경제 - 보로네슈 주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제정 말기 러시아 농촌에서 재난이 농민경제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면서, 이 시기 러시아에서 농촌은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빠른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난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19세기 말 러시아의 농촌환경은 악화되고 있었고, 이것은 열악한 기후조건은 물론 인구증가, 이에 따른 토지 부족과 기근, 농업기술의 개선에 대한 농민들의 보수적인 사고 등에 의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근과 같은 큰 재난은 물론이고 일상의 자잘한 재난들도 농민경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심지은은 「호모소비에티쿠스는 존재했는가: 지노비요프와 보이노비치의 경우」라는 글을 통해 소비에트적 인간, 즉 ‘호모 소비에티쿠스’가 소비에트와 서방에서 각각 어떻게 이해되고 묘사되었는지를 러시아인 망명자인 지노비요프와 보이노비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호모소비에티쿠스라는 용어는 서방에서 먼저 만들어지고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고, 소비에트에서는 그 대안으로서 ‘소복’, ‘코뮤나카’ 등의 용어들이 사용되었다. 지노비요프나 보이노비치는 호모 소비에트쿠스에 대하여 서구가 부정적인 면만 본다고 비판하면서도, 인간의 노예근성, 수동성, 타성에 젖는 성향 등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일면으로 인정하였다.
  III. 3패널: 자연과 민속

김상현은 「러시아의 국가정체성과 민속 문화의 생존: 세계화 담론 속에서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글을 통해 민족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개념을 정의한 후, 러시아에서는 자국전통의 계승과 미국중심의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국내 다양한 민족들의 전통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 유라시아적 인식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보다 큰 틀에서는 유럽의 한 구성원이라는 시각에 대해 더 큰 애착을 보인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식 세계화에 반발하고 자신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건욱은 「현대 시베리아 샤머니즘 현황」이라는 논문에서 소비에트 체제 붕괴 이후 시베리아 지역에서 나타난 사회 변화상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하여 이 지역에서 샤머니즘이 어떻게 변화하고 유지되는가를 무구나 무복과 같은 샤먼들의 복식을 살펴보는 실증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제시하고 있다.
원석범은 「부랴트 민족의 당면 과제와 발전방향」에서 부랴트 민족이 소비에트시기에 러시아화 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에 점차 동화되어 갔는데, 이러한 경향은 소비에트가 붕괴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부랴트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잊어버리고 있으며, 또한 원주지를 떠나 도시나 타지방으로 이주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부랴트인들은 서구화와 전통의 고수 간의 갈림길에 서 있다.
Q: 호모 소비에트쿠스가 완전히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만도 않다고 봅니다. 소비에트 시기별로 일정한 긍정성과 부정성이 규정되고 기능의 변화 양상이 연구되지는 않았는가요?
A: 심지은) 그런 연구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 용어는 80년대에 쓰이기 시작했으므로, 소비에트에서 만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서구에서 먼저 만들었고 지노비요프의 소설의 제목이 되면서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에트에서는 이것이 서구의 개념이라서 쓰지 않으려고 하고, 대신 소복, 카뮤나카 라는 개념을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A: 김상현) 1985년 시냡스키의 소비에트 문명에 대한 글의 영어본에 이 개념이 나오고, 조지 기비안이 영어 논문집에서 지노비요프의 글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A: 남영호) 지노비요프의 81년 소설은 프랑스어로 번역되었습니다. 70년대 말에 이 용어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였다고 할 수 있지요.
Q: 이 학술대회의 제목 “러시아 근대화의 양가성”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구성이 매우 특이한데 어학 사이에 정치, 문화 사이에 역사가 개입되는 구성의 의도는 무엇인가요? HK 프로젝트의 주제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근대화, 어떤 양가성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A: HK연구팀) 러시아에 대한 인식과 문제의식이 많이 작용된 제목으로, 지금 러시아에 나타나는 민족주의, 권위주의 현상을 우리 HK사업의 큰 주제와 연관지어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HK사업의 주제는 러시아 근대화의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오늘날 러시아 사회의 혼돈에 많이 작용하였다는 문제 인식 하에서, 현재 러시아의 위기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진단하고 현재의 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에너지와 환경>과 <사회와 문화> 분과로 나누어서 현실참여적인 의미에서 에너지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용적인 목적으로 삼고, 러시아 사회와 문화 연구도 그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이론과 틀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영역이 자연 환경, 경제보다 상대적으로 더 우월한 위치를 갖는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저희 HK연구사업팀은 현실에 대한 위기 진단과 그 위기관리와 기회 실현을 위한 대안 모색을 궁극적인 주제로 삼고, 지속가능한 시베리아 개발 모델을 위한 러시아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현실타당한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번 학술대회에 시베리아의 자연과 민속을 다루는 패널을 구성한 것은 앞으로 시베리아의 자원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지만, 과거의 근대적인 경제 개발 방식이 러시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베리아의 자연 및 인문 환경을 깊이 고려한 대안적 발전 모델을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유럽부 러시아의 민속 역시 러시아적인 정체성을 이해하고 시베리아에 적합한 발전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양승조의 새로운 연구 주제와 사회학적인 역사적 접근법이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그런 재해에 대해 당시에 위기관리 방안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떠했는지요? 그리고 그런 재해의 빈발이 러시아 농민들의 멘탈리티, 세계관, 농업 경영 방식 등에 모종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선행 연구는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그런 연구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본인이 아는 한에서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현상이 인간의 심성이나 모습을 바꿔간다는 견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현상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는 것이 학문의 연구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상호관계성을 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러시아 지역에서 농민들은 1861년 이후 명목상의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자유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단기간에 그 동안 제도가 바뀌지는 못하였고, 농업경영의 서구식 방식, 즉 파종이나 시비법이 도입되지만, 농민들이 대응하는 방식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가뭄 등의 자연재해들은 러시아 역사에서 오래 전부터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었고, 1891년의 대기근 이전에도 그런 기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기존의 제도, 틀을 유지하려고 하였구요. 러시아 정부가 농민들과 함께 이런 제도, 전통을 깨려고 시도하기도 하였으며, 스톨리핀의 농업 개혁이 그 예입니다.
Comment : 사회자의 학술대회에 대한 종합평가
러시아 연구소의 학술대회 주제인 “러시아 근대화의 양가성”은 러시아CIS연구소의 HK 연구사업의 큰 주제인 “러시아 연구: 위기와 기회의 시공간”의 범위 내에서 상당히 고민한 제목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정치경제 분야의 정량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해 왔는데, 오늘 러시아CIS연구소에서는 그 문제를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Q: 유진숙은 선거 민주주의, 선거 권위주의, 회색지대 등의 용어를 주관적인 규범적 가치평가를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사용하여 러시아 정치 체제를 분석하고자 한다고 밝혔으나, 사실 모순에 빠진 것이 아닌지요? 선거에 권위주의 체제도 있고 민주주의 체제도 있는 것이라면, 민주주의 체제를 규정하는데 선거를 절대적인 요소로 간주하지 않는 선거 무용론의 입장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선거를 나쁜 선거와 좋은 선거로 구분하는 데에는 주관적인 가치평가가 개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의 역할을 정리해주기를 바랍니다.
A: 용어 사용에 규범적인 판단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인 규범성을 제외하고 설명과 분석에 치중하고자 하는가, 규범적인 전망과 연계된 것에 집중하는가라는 두 입장 사이에서 본인은 현재를 분석하는데 치중하였습니다. 대다수 국가가 선거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선거가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체제를 결정하는 데 기준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선거기능에 대해 무용론은 아니고, 선거의 기능에 대해 확장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개별 사회의 정치적 상황에서 선거의 기능이 과거 민주주의 이행론에서처럼 최소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규정되지 않고, 선거와 민주주의 체제의 절대적인 등식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본인은 선거가 어떤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러시아를 사례로 하여 분석하였는데, 이 연구를 통해서 과거와 같은 등식화는 이제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규범적 평가의 개입 여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다양한 체제와 유형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거의 경쟁성과 공정성에 대해 절대적인 가치를 두지는 않습니다. 체제 유지와 정당성의 부여라는 기능을 통해서 일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범성의 개입 여부는 애매모호한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Q: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의 변화 혹은 단절의 문제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수십년간 토론되어 왔습니다. 상식적인 시각과는 달리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은 단절, 배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변용, 공존하는 것이고, 그 공존의 메카니즘을 찾아서 연구하는 것이 좀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국가에 의해 전통이 동원되기 때문에 존속하는 것이고, 필요가 없을 경우 탈락, 배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권력의 논리에서만이 아니라 역사언어학적인 위기 의식에서도 작동하는 것이므로 연구자들이 주제의식을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발표자 심지은은 호모 소비에트쿠스를 소비에트 국가의 이념의 인간형과 실제 사회에서 살았던 일상생활의 인간형으로 구별하는 것이 어떨지요?
Q: 박영은과 김상현의 발표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정체성이 제목에 들어가고 사진을 많이 활용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에, 유라시아주의, 신유라시아주의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하여 두 분의 의견을 더 듣고 싶습니다.

A: 김상현) 러시아 입장에서 유라시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봅니다. A: 박영은) 와치시리즈의 카자흐스탄 감독이 러시아와 CIS가 공존할 수 있는 문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는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중앙아시아적인 가치들이 결합되어 그쪽에서 러시아의 21세기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와치시리즈를 통해 감독은 러시아와 인류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하며, 유라시아주의를 편입이나 공존의 방식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Comment : 러시아CIS연구소가 본 학술대회의 취지를 살려서 같은 인문학 연구자들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통섭의 창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학제간 패널을 구성해보기를 제안합니다. 기근, 화재 등을 한 패널의 주제로 한다면, 톨스토이의 “어둠의 힘”에서 노동의 문제, 체홉의 “골짜기“에서 마을의 산업화가 사람들의 도덕적 타락에 미치는 영향, 고리키의 ”어머니“에서 산업화와 마을 사람들의 타락의 문제 등을 논의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